AI가 음악하는 시대, 『하퍼스 바자』, 2020

“I learned to shoot his gun/ Truth covered in security/ But I think I’m having fun/ I’ll wear this gazeless stare, and when/ This friend you face to prove/ I could eat your heart-shaped box for food./ Gotta find a new complaint/ Until it’s wrong so what it means.”

“난 그의 총을 쏘는 법을 배웠어/ 보안 속에 가려진 진실/ 하지만 난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증명하기 위해 이 친구를 대면할 때/ 나는 당신의 하트 모양 박스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새로운 불평거리를 찾아야 해/ 그게 뜻하는 바가 틀릴 때까지.”
 
이 수상쩍은 내용은 유튜버 펑크 터키(Funk Turkey)가 업로드한 노래 ‘Smother’의 가사다. 아티스트는 일명 ‘너반에이아이(NirvanA.I)’. 너바나의 가사를 AI에게 학습시켜 만든 텍스트에 음악을 붙인 것이다. 말이 안 되는 듯하면서도 또 말이 되는 이 가사는 어쩐지 입에 착 감기는 데다 펑크 터키가 만든 너바나풍의 음악과도 썩 잘 어울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AC/DC를 소재로 한 ‘AI/DC’와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li Peppers)를 바꾼 ‘레드 봇 칠리 페퍼스(Red Bot Chilli Peppers)’도 있다. 이 가짜 새 음악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너바나의 모든 곡을 3분 안에 듣는 것 같다.” “다음 목표: 바에서 AC/DC 음악 틀면서 은근슬쩍 AI/DC 음악 끼워 넣기.”
 
디지털 세상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음악의 지평이 훌쩍 넓어지고 있다. 그 흐름의 선두에 있는 것은 단연 인공지능이다. 인간의 노동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혹자는 인공지능을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AI와 함께할 미래를 ‘디스토피아’라 전망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찬반 논란이나 각자의 의견 개진이 무색하리만큼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들이닥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과 약간의 비탄에 휩싸였지만 그래도 몇몇 음악가들은 인공지능이 창작의 영역에 진입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다. 창의성, 혹은 알고리즘이 포착할 수 없는 의외성은 ‘인간 예술가’만의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AI는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꽤나 잘.
 
유튜버 펑크 터키의 AI가 노랫말을 학습해 새로운 가사를 만들어낸다면, 에이전시까지 있는 AI 뮤지션 ‘트래비스 봇’은 가사뿐 아니라 음악까지 만든다.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캇을 모델로 한 이 AI 뮤지션은 2주 동안 스캇의 음악을 가열차게 학습한 뒤 ‘Jack Park Canny Dope Man’ 트랙을 내놓았다. 이 음악에는 스캇의 독특한 바이브와 리듬, 그리고 그의 인장 같은 말버릇인 “It’s Lit!”도 가사로 등장한다. 스캇의 디지털 쌍둥이라도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 에이전시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스캇처럼 독창적인 느낌을 준다고 하긴 어려웠다. 스캇이라는 모델이 애초에 없었다면, 트래비스 봇의 그 음악성에 놀랐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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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하퍼스 바자 https://www.harpersbazaar.co.kr/article/48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