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컨버전스 음악 연구」가 주목한 어떤 패러다임 변화 — 음악학자 원유선과의 대화, 『헤테로포니』, 2020

소위 ‘클래식’이라고도 별칭됐던 이 유럽 전통음악의 역사가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이 음악에서 또다시 부정되고 새롭게 수립될 질서는 무엇인지, 어떤 음악이 음악들을 바꾸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2019년, 음악학자 원유선은 박사학위논문 「디지털 컨버전스 음악 연구」에서 지금 유럽의 작곡가들이 마주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 형성과정을 샅샅이 분석했다. 등장한 지 불과 10-15년밖에 되지 않은 이 새로운 음악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 음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20년 5월, 음악학자 원유선을 만나 이 연구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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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박사학위논문 「디지털 컨버전스 음악 연구」를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오늘은 이 연구의 맥락을 두루 살펴보는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해요. 우선 연구의 출발점을 간단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연구의 시작은 불과 33초에 불과한 요하네스 크라이들러(Johannes Kreidler)의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14년 독일의 음악학자 헤르만 다누저(Hermann Danuser)가 대한민국 예술원과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에서 사운드 디자인으로, 사운드 디자인에서 작곡으로’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 적이 있었죠.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고 이제는 음악학에서도 미디어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화두를 던지면서 최근 사례를 소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독일 작곡가 크라이들러의 작품이었어요. 음악을 듣는 순간 ‘이것이 바로 미래의 예술작품(Das Kunstwerk der Zukunft)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7만개도 넘는 과거의 작품들이 섬광처럼 지나치는 음향을 들으며 이 작품이 향후 음악적 패러다임을 바꿀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흥미로운 음악이라고 스쳐지나가기엔 그 영향력이 너무도 크다고 생각했기에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죠.

크라이들러의 음악은 ‘개념음악’(Konzeptmusik)이라는 장르로 분류되는데요. 그의 음악에서 출발한 연구가 ‘디지털 컨버전스 음악’이라는 용어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지도 궁금합니다.

사례를 뒤지는 작업으로 시작했습니다. 크라이들러부터 시작해 주변 음악가들의 홈페이지,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계정 등 온라인 정보를 반년 간 탐색하면서 꼬박 500곡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어요. 그 과정에서 특정한 경향을 포착할 수 있었죠. 수집한 작품들이 변화된 기술에서 비롯된 광범위한 문화적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구를 진행하며 각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 소리와 이미지, 음악과 신체, 현실과 가상 등 서로 다른 것들이 교차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화를 매개로 서로 상이한 것으로 구획된 것들이 융합하는 음악을 ‘디지털 컨버전스 음악’(Digital Convergence Music)으로 정의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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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헤테로포니
http://www.heterophony.kr/digitalconverg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