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요에 관한 짧은 노트, 『엄마·mom·maman』, YPC Press, 2020

1.

조형유희요는 어떤 사물을 재료로 조작하여 놀거나 새로운 형상을 만들면서 부르는 노래다. 모래에 손을 넣고 위를 두들기며 부르는 <두꺼비집짓기 노래>나 새의 형상을 그려나가는 <새 그리는 노래>, 그리고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네요 지렁이가 세 마리 기어가네요 아이고 무서워 해골바가지’라는 노랫말을 부르며 해골의 이목구비를 완성하는 <해골바가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유희요들은 노랫말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예컨대 ‘아침 먹고 땡’으로 시작해 ‘아이고 무서워 해골바가지’로 끝나는 문장은 영원히 반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가락과 장단, 그리고 순서대로 그려지는 해골바가지의 형태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아침 점심 저녁과 땡, 창문과 비와 지렁이, 무서운 해골바가지라는 이 인과 없는 단어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것은 문장 너머에 있는 조형의 논리다. 그러니 형상에 대한 선지식 없이 조형유희요의 노랫말만을 만난다면, 그 문장은 조금 이상한 수수께끼 혹은 암호문처럼 보일 것이다. 아래를 보자.

“비가 쫘쫘 내리네, 산수 시험 봤더니 점수 100점, 어머님 60점, 아버지 0점”

“둥근 원을 그리고 세모와 네모, 긴 네모 둘, 나란히 긴 네모 둘, 좌우로 하트 모양 그리고 세 점 찍고 웃어요”

“영이란 애가 3월 3일 날 세모 모자에 구름을 달고 1빼기 1은 영이랍니다. 1빼기 1은 영이랍니다. 1빼기 1은 영이랍니다”

이들은 최근 내가 수집한 문장들로, 조형유희요의 노랫말인 듯하나 어떤 형이 그려질지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한둘은 아닌 것 같다. 만약 그 누구도 이 노래의 장단과 가락과 형태를 모른다면 저 문장을 뭐라고 이해해야 할까. 이 문장이 조형의 논리에 기반하고, 의미가 아니라 어절과 장단의 논리에 따라 호흡이 나뉜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 어떤 힌트도 없다면 이 문장을 기능시키기가 그리 쉽진 않을 것이다. 일견 말이 안 되지만, 언어 바깥의 시스템을 알아내는 순간 모든 것이 말이 되는 그런 시스템을 문장만 읽고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조형유희요에는 몇 가지 공통 패턴이 있는데 그중 첫째는 이 노랫말이 두 어절, 혹은 세 어절씩 나뉜다는 것이다. 노랫말을 반복적으로 소리내서 읽어보면 이 문장 뒤에 규칙적인 박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둘째는 사물을 재료로 조작하거나 형상을 만들며 부르는 노래인 만큼, 구체적인 형태와 관련된 단어가 많이 쓰인다는 것이다. 가사에는 둥근 원, 세모, 네모, 하트, 점, 모자, 그리고 100, 60, 0, 1, 3 등의 숫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주로 손으로 그리거나 쓸 수 있는 도형과 기호들이다. 여러 도형이 사이좋게 등장하는 “둥근 원을 그리고 세모와 네모, 긴 네모 둘, 나란히 긴 네모 둘, 좌우로 하트 모양 그리고 세 점 찍고 웃어요”라는 유희요는 와중에 그린다는 행위를 직접 명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노랫말은 손이 관여하는 노래 놀이임을 스스로 알린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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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구입처: YPC PRES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