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을 전공한 서른 언저리의 두 작곡가 – 이상욱&손세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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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을 전공한 서른 언저리의 이들은 무엇을 하는가” 부클릿 이미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누군가가 공유한 공연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타이틀은 “작곡을 전공한 서른 언저리의 이들은 무엇을 하는가”였고 공연은 두 번 열릴 예정이었다. 2017년 3월 25일의 ‘피아노를 중심으로’와 4월 16일의 ‘리코더와 첼로를 중심으로’. 이 작곡가들이 서른 언저리라는 점이나 피아노, 첼로, 리코더를 선택했다는 것 때문에 이 공연을 엄청나게 기대했다고 말한다면 그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이 공연을 보러 가야 했던 이유는, 이들이 ‘우리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를 자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불가능한) 대답을 하나로 수렴해서 내어놓는 대신 같은 질문을 공유하는 이들의 음악을 널찍이 펼쳐놓았다는 것이다.

1부 ‘피아노를 중심으로’ 공연에서는 강대명의 <네 개의 편지>, 이용범의 <Construction>과 <The First Letter>, 이상욱의 <Sonatine B/W>, <당신의 여행>, <비 오는 날 #4>, <Waltz for Rita>, 이의경의 <소년병 Suite>, 임찬희의 <한 달걀과 한 양파에 대한 두 악장으로 된 작품>, 손세민의 <Light Color>, <Grain>이 연주됐다. 부클릿에 쓰인 대로 “학습과 실험, 도피와 충동, 협업 등 여러 흔적들이 공존”하는 공연이었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는 어쩐지 이 공연의 기획자들에게 왜 이 공연을 만들었는지, 음악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어떤지를 묻고 싶어졌다. 1부 공연이 끝난 뒤 기획자 이상욱과 손세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2017년 4월 5일, 충무로의 한 사진 공간에서 이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플랫폼창동81에서 했던 ‘작곡을 전공한 서른 언저리의 이들은 무엇을 하는가’ 1부 공연을 보고 두 분께 인터뷰를 요청드리게 됐습니다. 여러모로 뇌리에 많이 남아있는 공연인데요.

이상욱: 너무 험한 꼴을 보여드려가지고…

손세민: (웃음)


정말 타이틀을 보고 공연이 궁금해져서 머나먼 창동까지 갔었어요. 우선 두 분께 공연 타이틀과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작곡을 전공한 서른 언저리의 작곡가 두 분은 뭘 하고, 또 어떤 음악을 만드시나요.

이상욱: 지금은 완전한 백수에요.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돈을 좀 모았었어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혼자 고민해보자’ 한 게 이제 1년이 지났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저는 끝도 없이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특히 좀 작업이 어렵고, 나만의 시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테크닉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지금은 여전히 고민 중이죠. 틈틈이 연극이나 영화 작업이 들어오기도 하고요. 협업을 즐기는 편인데 작품에 따라 흥미나 보상이 천차만별이고, 새로운 자극이 되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더욱 매너리즘에 함몰되는 순간들도 있어서 고민이기도 합니다.


세민 씨는 어떠세요? 생활을 말씀해주셔도 좋고, 음악 방향을 말씀해주셔도 좋고.

손세민: 저는 요즘 작업이 한 방향으로 좀 굳어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악기의 가능성. 악기의 기본적인 소리 외에 확장된 소리들을 찾는 시도들은 락헨만(Helmut Lachenmann) 이후에 계속된 일인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악기가 가진 기본적인 맥락에서 벗어난 소음, 즉 악기의 매커니즘과 연관성이 없거나 적은 소음은 가능한 한 쓰지 않고 음악적으로 활용 가능한 여지들이 있는 소리를 찾아 적용한다는 거예요. 이번에 작업한 첼로 곡 같은 경우는 보통 현악기에서 기대하는 테크닉이 아니라 자연 혼(horn)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했는데, 그러면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 두 악기가 교차하는 지점이 생겨요. 그럼 그걸로 소리의 이종교배 같은 걸 할 수 있는 거죠. 즉 악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활용하되 좀 더 확장된 소리를 사용하고, 다른 악기 간 소리의 교차점을 찾아서 그것을 음 소재로 삼는 게 제 주요 작업이었어요. 예전엔 이걸 모르고 직관적으로 작업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이렇게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두 분이 이 시점에 장르와 세대를 꽤 명확하게 지칭하는 ‘작곡을 전공한 서른 언저리의 이들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공연을 만드신 이유가 있나요?

이상욱: 애초에 다수의 또래 동료들과 함께 작품발표를 하는 공연으로 기획했어요. 현실적으로 저 혼자, 혹은 저랑 세민이 곡만으로는 하나의 콘서트가 될 수 없으니 일단 그 이유가 가장 컸어요. 이렇게 하면서 인간적으로도 교류를 많이 했고, 서로의 생각을 엿보고, 같이 작업하지 못했던 사람들과도 작업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물론 이 공연에서 굳이 세대에 대한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게 드러나는 공연이기도 하죠. 서로 잘 모르던 사람들이 서로 생각을 엿보고, 그게 모인 장이 많이 흥미롭기를 기대했죠.


1부 공연은 ‘피아노곡’이라는 것 외에는 스타일이 다 제각각인 데다가 작곡가들이 여태 써놨던 곡들을 조금 급히 모은 거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손세민: 일단 피아노 공연 곡들이 모이기 전까지는 어쨌든 급하게 모인 거다 보니 ‘이게 제대로 될까?’ 이런 느낌이 있었어요. 근데 모아서 구성해놓고 보니까 요즘 음악이랑 과거에 있었던 어법을 재활용해서 내놓은 음악 등 여러 어법이 혼재된 형식으로 배치되더라고요. 그게 좋든 나쁘든 어쨌든 지금 여기에 있는 것들이고, 작곡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 가는 과정이 살짝은 들어있다고 보였어요. 그래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이 되풀이되고 21세기에 다시 재현되는 과정이 카탈로그처럼 구성된 거 같아요.
이상욱: 원래 실내악곡들로 기획된 공연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마감이 늦어져서 공연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요. 이미 공간은 잡혀 있었기 때문에 급히 대체할 수 있는 연주를 추가해보기로 했죠. 피아노곡들을 다급하게 보내달라고 해서 모았는데, 처음엔 좀 민망했지만 타이틀이랑 의도를 잡았으니 그대로 가자고 결심했어요. 문제는 그런 기획 의도나 타이틀이 변명이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신선하고 의미가 없지는 않은 무대가 된 것 같아요. 뭐 여전히 민망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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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의 글 ‘작곡을 전공한 서른 언저리의 이들은 무엇을 하는가’ 전문

청중들이 이 공연을 어떻게 듣길 바라셨나요.

이상욱: 이 공연에서 읽혔으면 하는 것들이라면 일단 이 사람들이 ‘왜’ 내지는 ‘어떻게’ 이 곡을 쓰게 됐을까였어요. 그리고 작품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 내지는 개성. 뭐 그런 것들을 청중들이 들을 수 있기를 바랐죠. 타이틀 같은 경우는 사실 고민이 되게 많았었는데요, 무작정 곡을 모아놓고 보니까 내세울 타이틀이 없었어요. 이전부터 저런 식의 타이틀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까 저 타이틀이 구체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됐죠.

(후략)

전문: 헤테로포니
http://heterophony.kr/22120918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