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 Masters Program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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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Masters 베를린 마스터스
2017년 9월 10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Aram Khachaturian: Trio for Clarinet, Violin and Piano

하차투리안: 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

– Andante con dolore, con molto espressione
– Allegro
– Moderato

하차투리안의 음악은 서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접경지대’에 위치한다. 그는 고국 아르메니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민요와 리듬, 조율방식 등 민속음악의 여러 면모를 서유럽 음악전통과 조화롭게 융합시키며 풍요로운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이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특성을 담고 있다. 아르메니아 민요풍의 1악장은 피아노가 연주하는 색채감 짙은 화성으로 시작하며, 이후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이 팽팽한 폴리포니를 만들며 서로 맴돌다가 어느 순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두 악기의 애절한 선율은 때로 상당히 즉흥적인 느낌을 준다. 2악장은 점차 빨라지며 폭발적으로 분출하듯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알레그로 악장이며, 3악장에서는 비교적 간소한 텍스쳐로 우즈베키스탄 춤음악 풍의 리듬 및 선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3악장에서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의 음색과 아티큘레이션은 종종 이전과 상이하게 바뀌며 중앙아시아의 민속악기처럼 사용되는데, 이러한 악기사용의 양면성은 두 음악적 토양을 유연하게 오가는 하차투리안의 음악세계를 일면 드러내기도 한다.

Ernest Bloch: Baal Shem Suite: Three pictures of Hassidic Life

블로흐: 바알 셈 모음곡 – 하시디즘 삶의 세 장면

– Vidui (Contrition)
– Nigun (Improvisation)
– Simchas Torah (Rejoicing)

유대인이었던 에른스트 블로흐에게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은 지속적인 창작의 원천이었다. 유대교와 그 음악전통은 블로흐의 음악세계에 자연히 스며들어 있었고, 블로흐도 직접적으로 그에 관한 음악을 다수 작곡했다. 하지만 블로흐가 유대교 음악전통을 다루는 방식은 이미 존재하는 선율을 차용하거나 유대교의 공고한 전통을 작품에 일차원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성경을 읽어나갈 때 느끼는 깊은 떨림과 열정, 즉 신에 대한 열렬한 마음을 음악으로 고백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알 셈 모음곡 – 하시디즘 삶의 세 장면>은 회개와 용서, 사랑과 구원이라는 종교적 핵심에 대한 블로흐의 강렬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바알 셈’은 치유와 축복을 행할 수 있었던 유대교의 랍비를 지칭하는 말이며, 이 작품은 회개로부터 구원으로 이어지는 종교적 감정의 변화를 세 폭의 장면으로 그려낸다. 1악장 ‘Vidui’는 일반적으로 회개로 번역되지만, 히브리 전통에서 이 단어는 감사함과 찬양, 그리고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1악장은 인간이 자신의 죄를 깨닫고 신에게 돌아가는 장면을 애절하게 그려내며, 유대교 전통의 즉흥적인 노래 형식을 일컫는 2악장 ‘Nigun’에서는 회개 후 기쁨에 이르는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3악장 ‘Simchas Torah’는 유대교에서 1년의 사이클이 끝났음을 기념하는 축일로, 블로흐는 모세가 이스라엘의 아이들에게 횃불을 건네주는 장면을 떠올리며 이 악장을 작곡했다.

Saint-Saëns: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19세기 초,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의 존재는 많은 작곡가에게 크나큰 영감을 주었다. 유럽 전역을 흔들어놓았던 사라사테의 압도적인 연주력은 작곡가들이 그에게 앞다투어 작품을 헌정하게 할 만큼 대단했고, 비에냐브스키(Henryk Wieniawski)는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랄로(Édouard Lalo)는 <스페인 교향곡>을, 브루흐(Max Bruch)는 <스코티쉬 판타지>를, 그리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는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그에게 헌정했다. 이 작품이 단순히 사라사테에게 헌정된 것만이 아니라 그를 위해서 작곡된 만큼, 사라사테 특유의 스페인적인 정서는 물론 그가 즐겨 연주하던 비르투오조적인 음형들이 작품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중간의 간주를 제외하고 이 작품은 그 무엇보다 쉼 없이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선율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간다. 작고 미묘한 아티큘레이션 하나로 뉘앙스를 계속해서 바꿔가며 화려하게 이어지는 이 작품은 ‘카프리치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인 다역으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듯한 변덕스러운 표현을 요구한다.

Béla Bartók: Contrasts

버르토크: 대조

– Verbunkos – Recruiting Dance
– Pihenő – “Relaxation”
– Sebes – Fast Dance

<대조>는 버르토크의 실내악 중 처음으로 관악기가 포함된 곡이다. 클라리네티스트 베니 굿맨(Benny Goodman)의 공식적인 위촉과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Joseph Szigeti)의 사적인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이 곡은 본래 ‘랩소디’라는 제목의 2악장짜리 작품이었지만, 두 악장 사이에 느린 악장이 더해지며 <대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버르토크는 관악기를 실내악 편성에 처음 쓰는 만큼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그리고 피아노까지 세 악기의 밸런스를 어떻게 다듬을지 상당히 깊게 고민했고, 그 결과 악기들의 서로 다른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1악장 ‘Verbunkos’는 본래 군인을 선발할 때 사용되었던 헝가리의 음악 양식이자 춤으로, 이 악장은 같은 자리를 순환하듯 움직이다가 점차 나선형으로 그 움직임이 조금씩 커지는 느낌을 준다. 휴식이라는 뜻의 2악장 ‘Pihenő’는 무용수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도록 중간에 연주되는 간주곡이었다. 2악장에서는 침잠하는 분위기 속에서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이 긴 호흡으로 함께 화음을 만들어가며 느리게 앙상블을 이어간다. 3악장 ‘Sebes’는 불가리안 리듬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빠른 춤음악이다. 이 악장에서는 클라리네티스트는 A 클라리넷과 B♭클라리넷을, 바이올리니스트는 정상적으로 조율된 악기와 G#-D-A-E♭으로 조율된 스코르다투라(변칙조율) 악기를 중간중간 바꿔가며 연주하게 된다. 악장 간의 템포, 악기, 조율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층위의 차이들은 작품 제목과 같은 ‘대조’의 차원에서 이해된다.

Traditional Klezmer Music

클레즈머는 동유럽에 거주했던 ‘아쉬케나지 유대인’(Ashkenazi Jewish)의 춤과 음악을 일컫는 말로, 동유럽 유대인들의 언어인 이디시어(Yiddish)와 함께 아쉬케나지 유대인 문화의 핵심적인 부분을 이룬다. 시나고그 음악의 음계와 아티큘레이션을 토대로 집시와 농민들의 음악, 그리고 예술음악까지 상당히 다양한 음악양식을 포괄하는 클레즈머는 유대인들이 겪어왔던 ‘사운드스케이프’를 총체적으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클레즈머의 구성 악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바뀌지만 일반적으로 피들(fiddles), 첼로, 베이스, 플루트, 바라반(baraban, 베이스 드럼의 일종) 등이 사용된다. 9세기부터 시작된 클레즈머의 전통은 2차대전 이후 많이 사라졌었지만, 최근 고음반 발굴 및 재조명 작업이 이루어지며 다시 활발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