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앙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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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앙의 새

 

교황 성 그레고리우스는 어느 날 신의 부름을 받았다. 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다 불현듯 신을 마주한 그레고리우스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성스러운 노래를 들었다. 그레고리우스는 그 노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해냈고, 널리 퍼져나간 이 성가는 오늘날 수많은 종교음악의 뼈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들려준 이는 천사 혹은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하나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성령은 ‘흰색 비둘기’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레고리우스의 귓가에 노래를 속삭였다. 가장 성스러운 노래를 불러준 한 마리의 새. 물론 이건 전설일 뿐이다. 그런데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새가 들려준 노래를 받아적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프랑스의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이다.

음악에 새 혹은 새소리가 등장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 기웃거린 적이 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요나손의 <뻐꾸기 왈츠>,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2악장,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2막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이외에도 자연을 묘사하는 수많은 음악에서 새소리는 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특히 목관악기를 주의 깊게 들어보라).

하지만 메시앙에게 새소리는 스쳐 지나가는 자연의 소리가 아니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에게 자연은 신이 인간에게 사랑을 담아 건넨 선물이었고, 새의 노랫소리는 신이 선사한 음악이었다. ‘새’라는 특별한 존재에 매료된 메시앙은 숲을 거닐며 새소리를 음표로 포획했고, 스스로를 조류학자라 칭할 정도로 새소리를 종류별로 속속들이 파악했으며, 새에 관한 작품들도 여럿 남겼다. <검은 새>, <이국의 새들>, <새의 카탈로그>, <새에 관한 작은 스케치>, <스테인드글라스와 새들>, <생명나무의 새> 등 명시적으로 새를 주제로 한 작품은 물론,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처럼 작품 중간 혹은 악장 이름에 새소리가 들어간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메시앙은 새소리에 큰 애착을 가지고 이를 깊게 파고들었다. 단순히 음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새소리에서 훨씬 의미심장한 무언가를 느꼈다.

천국에 대한 선명한 환상은 메시앙의 음악을 이끌어가는 동력 중 하나였다. 그는 신의 세계에서만 유효할 음악 혹은 소리를 상상해서 음악으로 그려내기도 했는데, 이를테면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똑같은 ‘역행 불가능한 리듬’(리듬을 거꾸로 읽어도 똑같기 때문에 역행이 성립되지 않는다), ‘영원할 정도로 느리게’ 연주할 것을 지시하는 문구 등이 메시앙의 천국에 대한 갈망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주는 예였다. 쉽게 동감하긴 어렵지만, 새소리도 이 중 하나였다.

(후략)

전문: GRAMOPH (게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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