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실내악 공연 취재기

실내악은 본래 콘서트를 위한 음악이 아니었다. 연주의 즐거움이나 소규모의 여흥을 즐기길 원하는 귀족적인 장르로, 특정한 공동체와 그에 속한 소수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음악은 변화했고 실내악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장르의 이름이 뜻하는 바에서 벗어났다. 비밀스러운 방이 아닌 공공연한 무대로 나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실내악 본연의 성격은 남아있었으니,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연주자 사이를 오가는 암호 같은 제스쳐, 연주자와 관객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시선의 교차들, 그리고 훌륭한 후원자까지. 실내악을 보고 있노라면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7월의 실내악 공연들에서는 이 유대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생겨난 새로운 시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베를린필하모닉 목관5중주단의 이건음악회’, 서울시립교향악단 퍼커션 그룹의 비바 퍼커션과 실내악 공연 숨겨진 보석’, KBS교향악단 목관앙상블 공연 ‘Cool Summer with woodwinds’, 이 공연들에서 연주된 작품들은 청중과 연주자 모두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20세기의 작품들부터 푸치니와 베르디의 실내악 작품들 등 잘 연주되지 않았던 작품들까지, 실내악 팀들은 영역을 확장해나가듯 적극적으로 새 작품들을 가지고 왔다. 연주되는 작품들의 시대적 중심축은 동시대에 가까워졌으며 프로그램 편성과 공연기획 면에서 모험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이 네 편의 공연은 실내악 공연의 지형도가 점차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모험적인 공연들의 기저에는 실내악을 둘러싼 음악 공동체들객석과 무대, 무대와 후원자 사이의 신뢰와 연대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든든한 후원자: 베를린필 목관 5중주단의 이건음악회

25년간 계속되고 있는 이건음악회’. 이 음악회는 이건산업의 주최로, 클래식의 대중화와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이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에서 열린다. 필자가 참여한 공연은 7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230분 공연으로,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자동연주 오르간을 위한 판타지 K. 608과 칼레비 아호의 목관 5중주, 리게티의 목관 5중주를 위한 6개의 바가텔, 칼 닐센의 목관 5중주였고 모차르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20세기 작품들이었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넘어서 그 스펙트럼을 보다 넓히고자 하는 의도를 알 수 있었으나, 청중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걱정과는 달리 베를린필 목관 앙상블의 훌륭한 연주와 홍승찬 교수의 유쾌한 작품해설은 청중들을 낯설지만 즐거운 음악경험으로 이끌었다. 모차르트가 물 흐르듯 연주된 후 아호의 작품이 연주되었을 때 객석에는 잠시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귀에 익숙한 그 달콤한 음향은 아니었지만 청중들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아호의 작품에 큰 박수를 보냈고, 익살스러운 리게티의 작품과 서정적인 닐센의 작품에도 찬사를 보냈다. 이 날 공연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은 리게티의 바가텔을 연주할 때. 연주자들은 완벽한 호흡과 재미난 제스쳐(바순 연주자는 태극기를 약음기로 사용했다!)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웃음 띤 목소리로 크게 환호했다.

관객층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동시대음악을 주된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만들었다는 것, 게다가 그 공연이 기업의 이름을 내걸고 만드는 사회 환원적 공연이라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분명 이건기업이 베를린필 목관 5중주단의 연주력과 공연을 이끌어나가는 힘, 관객들의 열린 마음을 믿고 시도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전문: 2014년 8월 객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