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 대한 과장된 묘사? 혹은 조롱섞인 클리셰?

golden dragon
http://musictheatre.wales/productions/the-golden-dragon

동양에 대한 과장된 묘사? 혹은 조롱섞인 클리셰?
외트베시의 오페라 <골든 드래곤>

2017년 4월 2일 5시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

연출 | 마이클 매카시
음악 | 페테르 외트베시
연주 | TIMF앙상블
지휘 | 니컬러스 콕

유럽에 불법체류 중인 중국인 노동자 ‘꼬맹이’가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심한 치통을 해결하기 위해 같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동료 요리사들이 그의 이빨을 스패너로 뽑아버린 것이 원인이었다. 꼬맹이의 동료들은 출혈이 너무 심해지자 이빨을 다시 제자리에 꽂으려고 이빨을 찾았지만 이빨은 이미 레스토랑에 온 승무원의 음식에 들어가 버렸고, 승무원은 식사를 거의 마친 후에야 그 이빨을 발견한다. 꼬맹이는 승무원이 한창 식사를 하던 도중 결국 죽는다. 동료 요리사들은 꼬맹이의 시체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한편 음식에서 이빨을 발견한 승무원은 이상하게도 그 이빨에 ‘매료’되어 이빨을 챙겨가서 관찰하고 맛보기까지 하지만, 꼬맹이의 시체가 강물에 버려질 때 그 이빨을 함께 던져버린다. 꼬맹이는 사망 후에야 본국으로 돌아간다. 정확히는 꼬맹이의 시체가 강물을 타고, 바다를 건너서 거의 뼈만 남은 채 본국에 도착한다.

꼬맹이는 자신보다 먼저 유럽에 간 여동생 ‘베짱이’을 찾으러 그곳에 갔지만 끝내 동생을 찾지 못했었다. 사실 동생은 아주 가까운 곳, 아마도 꼬맹이가 일하던 레스토랑 근처에 있었다. 본국으로 되돌려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라는 말을 들으며 포주에게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동네에는 ‘젊음’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 동거 중인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분노하는 남자도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젊어진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남자는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베짱이를 찾아가 성을 매수하고, 급기야 폭행한다. 베짱이는 결국 쓰러진다. 유럽에 간 중국인 남매가 겪는 일, 오페라 <골든 드래곤>의 이야기다.

 

시멜페니히의 연극 <골든 드래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영국의 현대 오페라단 ‘뮤직 시어터 웨일즈(Music Theatre Wales, UK)’에 의해 초연된 외트베시의 오페라 <골든 드래곤>은 독일 극작가 시멜페니히(Roland Schimmelpfennig)의 텍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한국에서도 <황금용>이라는 이름으로 몇 차례 공연된 이 연극은 평단의 긍정적인 반응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연극은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환상의 이면에 집중한다. 거칠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이 이어졌던 이유는 아마 이 연극이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극적 장치를 썼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는 배우와 캐릭터의 성별이 반전되었다는 점, 둘째는 한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셋째는 언제 어떻게 바뀌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쉼 없이 변화하는 장면들(무대장치는 거의 바뀌지 않고 상황-캐릭터-연기만 바뀐다), 넷째는 가장 견디기 힘든 에피소드 중 하나인 베짱이의 이야기를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로 은유해서 보여준 것이다.

The Golden Dragon - credit Clive Barda.jpg
Photo: Clive Barda, http://www.theartsdesk.com/opera/golden-dragon-music-theatre-wales-buxton-festival

 

무거운 이야기지만 웃긴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다. 이 모든 불행한 일이 일단은 ‘연극’, 즉 허구라는 믿음 속에서 너무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생기거나 밑도 끝도 없는 스테레오타입을 보여줄 때 그 과장된 연극성에 한두 번은 웃을 수 있다. 물론 짧게 웃고 나서 이게 현실에서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순간 깨달은 후에는 곧장 숙연해지지만.

 

외트베시의 오페라 <골든 드래곤>

헝가리 작곡가 페테르 외트베시(Péter Eötvös, 1944-)는 시멜페니히의 연극을 보고 “과장된 연극성”, 그리고 “각각의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흥겨운 퍼포먼스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전달하는 일종의 우화”를 느낄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원작과 같지만 본래 연극이 총 48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오페라의 장면 수는 21개로 줄었다.

음악은 독립적인 하나의 내러티브가 되거나, 연극 텍스트에 아주 새로운 맥락을 더한다기보다는 극의 내용에 1대 1로 대응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며 발생하는 소리들을 음악으로 재현해내는 것에 가깝다. 이빨을 스패너로 탁탁 칠 때 정말 이빨과 금속이 만나서 ‘딱딱’ 울리는 소리를 내거나, 어떤 인물의 움직임을 소리로 묘사하는 식이다. 연기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음악이 더 입체적으로 그려낼테니 극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페라가 진행될수록 음악에 대한 어떤 의심이 생겼다.

 

아티큘레이션에 대한 의혹

몇 가지 사실을 다시 짚어봐야겠다. 통영에서 공연된 <골든 드래곤>의 연출은 뮤직 시어터 웨일즈의 창립자이자 예술감독인 마이클 매카시(Michael McCarthy)가, 연기는 리오 에번스(Llio Evans, Soprano), 루시 셰이퍼(Lucy Schaufer, Mezzo Soprano), 앤드류 매켄지-윅스(Andrew Mackenzie-Wicks, Tenor), 제프리 로이드-로버츠(Jeffrey Lloyd-Roberts, Tenor), 조니 허퍼드(Johnny Herford, Baritone)까지 총 다섯 명의 영국 가수가 맡았다. 모든 대사는 영어였지만 이들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는 중국인(혹은 동양인)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말투는 크게 순간순간 연기하는 캐릭터에 따라 영국 영어, 중국 억양의 영어, 그리고 중국어로 분명히 구분됐다. (주인공 꼬맹이를 제외한 나머지 요리사들은 ‘동양인’으로 설정되어있고 극 안에서 국적이 밝혀지지 않는다.)

(후략)

전문: 웹진 GRAMOPH (게재 예정)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