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조넌스 앙상블 & 장 기엔 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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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Zimmermann: Concerto for Strings (1948)

독일의 작곡가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은 2차대전이 발발하던 시기에 청년 시절을 보냈다. 1939년에 독일군에 징집되어 3년간 복무했던 경험은 그의 삶뿐만 아니라 음악세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러시아 전선과 프랑스 점령지에 배치됐던 치머만은 그곳에서 스트라빈스키와 미요의 악보를 구했고, 1965년에는 전쟁과 권력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라인홀트 렌츠의 희곡 「병사들」을 오페라화하기도 했다. 치머만은 단 하나의 양식만을 고수하지 않고 중세부터 바로크, 음렬주의, 신고전주의, 재즈 등을 폭넓게 수용하며 한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향유되던 음악들이 만날 수 있게 했다. ‘다원적 양식’이라 설명되는 이러한 그의 음악은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여 인지될 수 있다고 봤던 그의 시간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서주와 아리아, 피날레로 구성된 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치머만의 초기작 중 하나로 20세기의 작곡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고전적 형식에 화답했던 신고전주의 양식을 따르며, 고전적인 구조 안에서 펼쳐지는 단호한 리듬과 화성 진행이 돋보인다. <협주곡>은 치머만이 종전 후 학업을 마치고 유럽 현대음악의 중심지였던 다름슈타트 하계음악강좌에 참석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던 1948년에 작곡 및 초연됐다.

 

Haydn: Cello Concerto No. 1 in C major, Hob. VIIb:1

<첼로 협주곡 제1번>은 작곡된 지 약 200년이 지난 뒤에야 빛을 보게 된 하이든의 초기작이다. 하이든이 직접 작성한 작품 카탈로그에는 주요 선율과 함께 이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었지만 악보의 행방은 묘연했고, 오랫동안 그 악보는 이미 작곡가 생전에 유실된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1961년, 헝가리의 음악학자 올드리히 풀케트(Oldřich Pulkert)가 프라하 국립 박물관에서 이 악보의 사본을 발견했고, 마침내 <첼로 협주곡 제1번>이 온전한 형태로 연주될 수 있게 됐다. 이 곡은 하이든이 궁정 음악가로 일했던 에스테르하치궁의 첼로 연주자였던 요제프 바이글을 위해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첼로 협주곡 제2번>보다 약 20년 앞서 작곡된 초기작인 만큼 이 작품에서는 바로크 시대의 영향이 엿보이며, 독주와 합주가 되풀이되는 리토르넬로 형식이 선명히 드러나는 1악장, 서정적인 2악장, 그리고 경쾌한 분위기의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Bryce Dessner: Aheym (2009)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영화음악 작곡가, 그리고 록밴드 ‘더 내셔널’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스 데스너는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출신의 음악가다. 그는 어린 시절에 플루트를 배우다가 클래식 기타를 전공했고, 십대 후반부터 록밴드를 시작하며 분리되어 있던 두 음악세계에서 각자의 활동을 꾸려갔다. 하나에 몰두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 더 풍요로운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었던 그는 2006년부터 ‘Music NOW’라는 음악축제를 기획해 여러 분야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소개할 수 있는 유연한 플랫폼을 구축해가고 있다. 2009년에 크로노스 현악4중주단의 위촉으로 작곡된 <Aheym>은 유대어로 ‘집으로 향하는’이라는 뜻이다. 그의 가족들은 폴란드와 러시아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였고, 그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그의 가족이 미국에 이민을 오게 됐는지를 들으며 그들의 과거와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 나갔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한 글에서 바르샤바 게토의 생존자였던 시인 이레나 클렙피즈(Irena Klepfisz)의 시 「집으로 가는 길」(Di rayze aheym)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낯선 자들 사이가 그녀의 집이다. 그녀는 여기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녀의 기억들은 기념비가 될 것이다.”

 

Haydn: Symphony No. 48 in C major, Hob. I/48 „Maria Theresia“

‘교향곡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하이든은 무려 백여 곡에 달하는 교향곡을 작곡했다. 작품 번호나 조성만으로 이 교향곡들의 고유한 특색을 잘 드러내기가 어려웠던 탓인지, 이들 중 약 서른여 개의 작품에는 <놀람 교향곡>, <시계 교향곡> 등의 별칭이 붙어있다. <교향곡 48번 C장조 “마리아 테레지아”>도 그중 하나다. 이 작품은 1773년에 하이든이 일하고 머물렀던 에스테르하치궁에 신성로마제국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후 연구에 따르면 이 작품은 마리아 테레지아가 에스테르하치궁을 방문하기 4년 전인 1769년에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이 작품과 이 별칭은 무관한 셈이었지만 이 교향곡은 계속 “마리아 테레지아”로 불리고 있다. 이 작품은 하이든이 체계를 다진 것으로 여겨지는 교향곡 형식을 충실히 따르며, 금관악기의 힘찬 팡파르로 시작하는 1악장, 목가적 분위기를 지닌 2악장, 우아한 미뉴에트와 트리오로 구성된 3악장, 그리고 쾌활한 4악장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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