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의 악보 – 문석민 작곡가와의 대화

 

현대음악의 악보문석민 작곡가와의 대화

 

피아노 연주자는 건반 표면을 손톱으로 훑고, 바이올린 연주자는 활을 다급하게 긁어대고, 클라리넷 연주자는 있는 힘껏 숨을 불어넣어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소리를 내고, 플루트 연주자는 소리가 음이 되지 못하도록 납작한 입김만을 불어 넣고, 성악가는 말하고 웃고 소리지르고, 타악기 연주자는 악기 대신 박수를 치며 무대를 걸어 다니고, ‘ 연주한다. 공연장에는 기차 소리와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시간 어딘가를 떠돌던 라디오 전파가 흘러들어온다.

다섯 개의 수평선과 개의 공백으로 이루어진 오선보는 음정을 반음 간격으로 적을 있게 설계되어 있다. 평균율로 조율된 12개의 음을 적어내기에 가장 적합한 기보 체계가 현대음악이 포용한 수많은 소리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새로운 기호를 무한히 추가하거나, 그림을 그려 넣거나, 때로는 악보로 기록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역사가 오랫동안 다섯 개의 위에 놓여 있던 탓에 오선보에서 사용되던 기호들은 여전히 현대음악의 기록 시스템을 굳건히 지탱한다. 작곡가는 여전히 오선보를 펼쳐두고 음악을 써내려가고, 연주자는 여전히 오선보 위에 적힌 기호들을 소리화한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오래된 악보에서는 현대음악이 포용한 새로운 소리들이 대체 어떻게 기록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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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슬  오늘날 현대음악 작곡가에게 곡을 쓴다는 결국 악보를 완성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도 합니다. 연주라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작곡가 선에서 최초로 작업을 한차례 완성하는 순간은 악보의 마지막에 끝세로줄을 그려 넣는 때이지 않을까 싶고요.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언제나 궁금한 점은 대체 머릿속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길래 이렇게 복잡한 악보가 만들어지는가입니다. 눈으로 악보를 봤을 느껴지는 복잡성과 소리의 복잡성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비례한다고 말할 있을까요? 아니면 적어도 작곡가가 소리를 상상한 과정이 그만큼 정교했다고 말할 있을까요?

문석민  관계가 없다고는 없겠죠. 하지만 악보를 복잡하게 그리는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자신도 작품을 만들면서 악보에 지시문을 무의식적으로 많이 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이게 내가 원하는 소리를 구현하는 것인지,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하진 않은지 다시 생각해보곤 해요. 복잡한 악보가 소리에 대한 정교함을 뽐내는 수단이 아니라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되는 중요한 같아요. 리게티의 <Atmosphères> 펜데레츠키의 <Threnody to the Victims of Hiroshima> 거대한 클러스터 음향을 낸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기보법을 사용하면서 질감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신예슬  대부분 아직도 오선보를 사용합니다. 상상한 소리가 오선보에서 통용되는 기호에 담기는지, 마땅한 기호를 찾을 때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석민  기호는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것들을 참고할 수도 있고, 기호가 없더라도 이제는 마음대로 기호를 마음대로 만들어 있으니까 생각보다 문제는 아니에요. 의도와 비슷한 찾아서 하면 되고, 악보 앞에 매뉴얼을 주고 거기서 충분히 설명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사실 기호 찾는 것보다는 마음에 드는 서체를 찾는 어려워요(웃음).

신예슬  그런데 현대음악에서 포용한 온갖 소리를 오선보가 포섭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작년 ATM에서 초연한 <Who’s That Knocking at My Door?> 전화벨 소리나 노크같이 갑자기 찾아오는 소리가 주는 불안감에서 출발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상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음악으로 고스란히 옮기는 아니겠지만 소리의 특징들을 오선보로 기록해낼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오선보에 어떻게든 구겨 넣다 보면 기록 과정에서 상상했던 소리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문석민  맞아요. 쓰는 과정에서 달라지기도 하고, 어떻게든 써놨다고 해서 그대로 연주에서 구현되는 것도 아니에요. <Who’s That Knocking at My Door?> 부분에서 저는 불안하게 문을 마구 두들기는 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근데 악보를 보고 연주자는 굉장히 젠틀하게 노크하는 소리를 내더라고요. 들린다는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거였고 저도 납득해서 연주자의 의견을 따르긴 했는데, 이런 경우처럼 악보만으로는 소리를 가늠할 없거나 연주할 바뀌는 경우가 많죠. <Saturation> 같은 곡은 부분을 아주 세게 하고 싶었는데, 이걸 어떻게 적을지도 고민을 했어요. 엄청나게 있는 사운드를 내고 싶었는데 음표를 그려버리면 딱딱해지는 느낌이어서요. 그래서 어떤 기보법이 효과적이겠냐는 고민은 하죠. 항상 작품을 만들면서 악보에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게 연주자한테 갔을 때가 문제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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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Festival ATM(Audio Trading Manual) Website by Arts Incubator
https://www.audio-trading-manual.kr/interview-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