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의 매뉴얼 – 헤테로포니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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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의 매뉴얼(The Manual of Listening) –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좌담

 

참석: 성혜인, 신예슬, 이승린, 정구원 총 4인
사회자: 정구원, 이승린
녹취·정리: 성혜인, 이승린
일시: 2018년 11월 19일 오후 8시-10시
장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동 증산로 87 문화비축기지 T6 원형회의실
후원: 아츠 인큐베이터(Arts Incubator)

*본 좌담은 문화비축기지에서 2018년 11월 18일-24일에 열린 아츠 인큐베이터의 뉴뮤직 페스티벌 ATM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https://www.audio-trading-manual.kr/)

 

예슬: 안녕하세요. 헤테로포니의 첫 좌담 <청취의 매뉴얼>에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좌담에서는 ‘음악을 이렇게 들어야 한다’ 보다는 ‘우리는 이렇게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고, 1부는 듣는 것, 2부는 쓰는 것에 관해 의견을 나눠보려 합니다. 1부는 정구원 평론가가, 2부는 이승린 평론가가 모더레이터 역할로 좌담을 진행해주실 예정입니다.

구원: 안녕하세요. 정구원이라고 합니다. 예슬씨께서 말씀해주셨듯 ‘청취의 매뉴얼’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니까 어떻게 듣고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헤테로포니 필진 각자의 견해를 듣는 자리가 될 것 같은데요. 가장 처음 할 수 있는 질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다 ‘음악을 어떤 경로로 듣는가?’, ‘음악을 어떻게 찾아서 듣는가?’ 라는 질문이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예슬씨부터 어떻게 음악을 들으시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예슬: 저는 소위 클래식이라 불리는 서양 고전음악을 주로 들어왔고, 몇 년 전부터는 그 전통에서 이어지는 현대음악을 주의 깊게 듣고 있습니다. 먼저 서양 고전음악의 경우는 예술의전당 같은 공연장이 이 장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떤 게 좋은 공연인지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 리스트를 보고 무작정 찾아다녔어요. 이 음악에 대한 제 나름의 판단기준을 세워가는 과정이 꽤 오래 걸렸는데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프로그램이나 출연진을 보고 제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공연이 흥미로울 것 같은지 예전보다는 더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됐어요. 현대음악의 경우도 기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초연작이 많을 경우 미리 뭔가를 알고 가긴 어렵고요. 우선 제가 이 음악들을 경험하는 방식은 음반이 아니라 공연입니다. 객석에 앉아서 연주자를 대면하고 음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공연장에서만 접할 수 있는 사사로운 정보들도 굉장히 재미있게 즐기는 편이어서 공연으로 음악을 접하고 있습니다.

승린: 저도 예슬씨처럼 음반보다는 공연 위주의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듣는 걸 선호하고 있습니다. 실험음악은 대부분 즉흥으로 연주되고 길이가 긴 것도 많은 편인데, 음원으로 듣는 것보단 현장에서 듣는 것이 스스로 끝까지 집중해서 들으려는 의지를 더 잘 발현시켜 주더라고요. 공연 정보는 주로 SNS에서 많이 접하는 편입니다. 그곳에서 공유되는 소식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접수해두고 기본적으로 늘 궁금한 공연장 소식은 먼저보기가 가능하도록 따로 설정을 해놓습니다. 또, 음악이 미술관이나 전시공간에서 퍼포밍되거나 작품으로서 설치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미술관 소식지도 수시로 체크하고 있어요.

그렇게 들어온 소식들 중에서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아티스트가 연주/전시한다고 하면 시간이 허락되는 한 꼭 가서 보려고 해요. 그건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아티스트로서 어느 정도 신뢰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기획홍보물을 읽어보고 호기심이 생기거나 아니면 글만 봤을 때는 와 닿지 않고 동의하기 어려운 질문이 생겼을 때도 확인 차 가보는 편입니다.

구체적인 소식통으로는 닻올림, 불가사리, 레귤레이션스, 와트엠, 모듈라서울, 하울링 등이 있을 것 같고 개인 아티스트가 전해주시는 소식까지 합하면 아마 더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올해부터 소음방(Soeumbang) 팟캐스트라는 실험음악 방송이 운영되기 시작했는데 음악 트는 것 이외에도 공연 소식을 취합해 전달해주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경로들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공연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혜인: 저는 굉장히 다양한 루트로 음악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고음반 같은 경우에는 민속원에서 나온 책이나 국악음반박물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는 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음원이 아닌 공연을 통해 음악을 듣습니다. 국악공연이 정말 많이 열리는데 그 중에서 국립국악원, 코우스, 민속극장 풍류, 돈화문국악당, 남산국악당, 국립극장 등 국악 전문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일정을 늘 항상 체크합니다. 국악포털 아리랑이라는 홈페이지에 국악 관련 공연 소식이 대부분 정리되어 있어요. 대형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접합니다. 그리고 국악이라고 했을 때 그 범주도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어요. 특히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말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연행도 있습니다. 흔히 굿 같은 게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굿을 보러 가게 될 경우에 주변 선생님들께서 굿이 열리는 시간과 장소를 비밀스럽게 알려주십니다. 여러 기관에서 일정을 공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워낙 일정이 유동적이라 일반적으로 연구자 선생님들께 정보를 얻습니다. 저는 음반, 공연, 현장 모두를 찾지만 비중으로만 따지면 공연-현장-음반 순이 될 것 같습니다.

구원: 세 분께서 공연이 주된 음악의 청취수단이라고 말씀하셔서 약간 놀랐습니다. 제 경우에 일차적인 청취수단은 공연이 아니라 레코딩을 듣는 것입니다. 대중음악의 경우 공연보다 레코딩에 대한 비평적 판단이 우선시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공연을 봐야 한다는 필요성 역시 다른 세 분보다는 낮습니다. 다만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공연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고 공연을 볼 때도 이 부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대중음악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너무 많고, 음악을 추천해 주는 기술이 한층 발전한 애플뮤직 같은 창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수많은 창구와 알고리즘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음악 중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이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좋은 음악을 듣는다’를 넘어서 ‘내가 듣는 음악이 왜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따라 발품을 팔거나 정보를 뒤지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제가 청취를 하는 카테고리를 다섯 가지로 나누어 봤는데, 웹진 등의 미디어, 레이블, 레코드샵, 커뮤니티, SNS를 포함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카테고리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곳이 한 곳쯤은 존재할거에요. 메탈 전문가, 일렉트로닉 전문 웹진, 이상한 사운드를 선호하는 레이블이라든지 많은 곳이 있죠. 이런 것을 직접 찾아보시는 게 도움이 될 거에요.

구원: 다음으로 궁금한 부분은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 교류하는 인적 네트워크에 대해서입니다. ‘인적 네트워크’라는 말이 이상하긴 한데, 간단히 말해서 같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후략)

전문: 『Heterophon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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