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ners and Masters Program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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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ers and Masters 위너스 & 마스터스

2017년 9월 18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Olivier Messiaen: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메시앙에게 ‘시간의 종말’은 곧 영원한 세계의 시작을 의미했다. 시작과 끝이 있는 인간의 시간과 달리 천국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영원한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계시록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이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그 무엇보다 믿음과 심판, 그리고 구원에 관한 작품이다. 2차대전 중이던 1940년, 메시앙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 괴를리츠(Görlitz)에 위치한 포로수용소 VII-A에 수감되었다. 수용소에서 클라리네티스트 헨리 아코카(Henri Akoka), 바이올리니스트 장 르 불레르(Jean le Boulaire), 첼리스트 에티엔 파스키에(Étienne Pasquier)를 만난 메시앙은 독일군 간수의 도움으로 펜과 종이를 구했고, 이들과 자신이 함께 연주할 4중주곡을 작곡했다. ‘수정체의 예배’,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를 위한 찬가’, ‘새들의 심연’, ‘간주곡’,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7개의 나팔을 위한 광란의 춤’,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들을 위한 무지개의 착란’, ‘예수의 불멸성에의 송가’까지 총 8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명시적으로 시간의 종말과 도래할 천국에 대해 노래한다. 시작이 곧 끝이 되고 끝이 곧 시작이 될 수 있는 구조의 ‘역행 불가능한 리듬’이 1악장의 주된 모티브로 쓰이고, 5악장은 ‘무한할 정도로 느리게’(infinitely slow) 연주될 것이 요구되는 등, 시간에 관한 요소들은 음악적으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1941년 1월 겨울에 포로수용소에서 초연되었고, 오늘날 그 수용소 자리에는 ‘미팅포인트 뮤직 메시앙’ 기관이 설립되어 메시앙과 이 작품을 기념하고 있다.

Toru Takemitsu: For away

토루 타케미츠는 이 작품의 제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For away’라는 제목은 분명 낯설다. 이 곡은 내가 피아니스트 로저 우드워드(Roger Woodward)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선물인 동시에 생명의 은하(galaxy), 즉 단순히 인류만의 것이 아닌 은하에 바치는 찬사와 봉헌의 표현이다.” 한편 이 제목에서 ‘away’라는 단어는 은하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공간이라는 뉘앙스를 주는데, 그 일종의 거리감은 소리로도 느껴진다. 작품은 음을 하나씩 다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게 시작되며, 짧은 프레이즈가 끝날 때마다 마지막 소리의 울림을 충분히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을 만한 일종의 여백이 마련되어 있다. 화음의 불협화도가 조금씩 높아지기는 하지만 음악적으로 그보다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프레이즈 사이의 적당한 거리감이다. 연쇄적으로 등장하는 짧은 프레이즈들은 어딘가 먼 곳, 또는 생명의 은하로 향하는 ‘길’ 내지는 ‘선’에 가까워 보인다. 음악학자 피터 버트(Peter Burt)는 피아노 위에서 서로 엮이는 이 선들이 가믈란 음악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이외에도 이 작품에 나타나는 울림과 여백은 작곡 당시 타케미츠가 많은 관심을 두었던 일본 전통음악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György Ligeti: Étude pour piano No. 13 L’escalier du diable

리게티의 피아노 에튀드는 그의 후기 음악 양식을 선명히 반영하는 동시에 쇼팽으로부터 리스트, 드뷔시, 스크리아빈으로까지 이어지는 비르투오조적인 피아노 에튀드의 전통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높은 수준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리게티 에튀드 중에서도 특히 악명높은 이 작품 <악마의 계단>은 상당한 항상성을 요구한다. 같은 간격으로 이루어져 있는 계단을 같은 속도로 끝없이 올라가듯, 8분음표로 이루어진 쉼 없는 음의 연쇄를 저음역부터 고음역까지 끊임없이 올라가야 한다. 이 작품은 pp로 시작해서 점차 음량이 커지는 동시에 화음도 복잡해지며 명확한 상승의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더 이상 상승할 곳이 없어졌을 때는 저음부로 되돌아가 모티브를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며 다시 음을 쌓아 올라간다. 이 곡에서 저음부와 고음부는 ‘시작점’과 ‘끝점’으로 분명히 구분된 것이 아니라 시작과 끝의 경계가 없는 펜로즈(Penrose)의 계단처럼 계속 순환하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몇 차례 상승이 반복된 후에는 급작스럽게 앞과 대조적인 부분이 이어진다. 온음표들로 이루어진 묵직한 음들이 느리게 움직이며 잠시 속도감있는 진행이 멈춘 듯 보였다가, 점차 음가가 짧아지다가 다시 앞의 8분음표 연속진행이 더해지며 서로 다른 두 성부가 함께 상승한다.

Olivier Messiaen: Par Lui tout a été fait from Vingt regards sur l’Enfant-Jésus

메시앙의 피아노 작품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은 아기 예수의 탄생이라는 한 장면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이를 바라보았던 모든 시선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신의 작품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메시앙에게 신이 창조한 ‘아기 예수의 탄생’이라는 사건은 가장 종교적이면서도 장대한 장면이었다. 이 작품에는 그 자리에 함께했던 예언자, 양치기, 동방박사와 성모마리아뿐 아니라 별, 십자가, 하늘, 시간, 성령, 말씀 등 추상적인 것들까지 탄생을 바라보던 ‘시선의 주체’로 그려진다. 그중 여섯 번째 시선은 ‘모든 것은 그에 의해 이루어졌다’로, 무언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나타내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리듬 위에서 ‘별과 십자가의 테마’와 역행 불가능한 리듬, 비대칭적 확장 등이 나타난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위의 요소들은 지속해서 등장하며 조금씩 변주된다. 층층이 성부가 더해지며 쉼 없이 달려가던 이 작품은 ‘하느님의 테마’를 연주하는 것으로 끝난다.

Louis Chiappetta (*1989) : This is no less curious (2016, 4 min.)

이 작품은 미술작가 엔리케 차고야(Enrique Chagoya)의 에칭 시리즈 ‘고야에 대한 오마주 II: 전쟁의 참상’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차고야의 작업은 고야의 대표작 ‘전쟁의 참상’(Desastres de la Guerra)의 일부를 재생산하거나 동일한 구성을 취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아이디어들과 매끄럽게 이어붙이는 등 고야의 작업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재창작한다. 또한, 에칭이라는 매체에 여러 요소를 통합시킨 차고야의 작업에서는 서로 다른 작업이 가진 공통의 테마가 더욱 선명하게 확장되어 나타난다. <This is no less curious>의 구성 방식도 이와 같은데, 이 작품에서 서로 다른 예시가 가진 공통의 테마는 바로 ‘코랄’이다. 이 곡에는 바흐(J.S. Bach), 리게티(G. Ligeti), 프랑크(C. Franck), 베르크(A. Berg), 카스티글리오니(N. Castiglioni)의 작품들이 뒤섞여 있지만 작품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은 관계로 이 코랄들에 항상 존재하는 선율 양식과 선법, 조성이 주된 참조점이 되었다. 이 곡은 스티븐 스터키(Steven Stucky)와 크리스틴 스터키(Kristen Stucky)에게 사랑과 존경과 감사를 담아 헌정되었다. 늘 변함없는 헌신과 감각적인 음악으로 이 작품에 큰 영향을 준 피아니스트 앤드루 저우(Andrew Zhou)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글: Louis Chiappetta)

Pascal Dusapin (*1955): Etude no. 6 (2001, 5 min.)

작품은 ‘가온 다(C)’라는 안정적인 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트릴이 이 작품에서 에튀드라는 이름 하에 훈련되어야 하는 요소지만, 작품을 이끌어가는 힘은 이 트릴 위로 서서히 튀어나오는 파편 같은 음들과 점차 불안정해지는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뒤사팽은 아주 작은 변화로 인해 돌연 불안정한 상태로 변할 수 있다는 ‘카타스트로피 이론’을 도입해 이 작품을 구성했다. C음 위의 2도 트릴은 아주 작은 변화에 해당하지만, 이 트릴은 점차 음이 중심으로부터 멀리 흩어지고 복잡해지게 만드는 ‘불안정의 시작점’이 된다. 한편 이 곡은 뒤사팽의 에튀드 전곡을 녹음하기도 한 피아니스트 바네사 바그너(Vanessa Wagner)와의 기나긴 대화 끝에 창작된 것인데, 뒤사팽과 바네사 바그너는 속도감있게 몰아치는 에튀드를 만들기보다는 ‘슬픔’, 혹은 ‘멜랑콜리’에 관한 에튀드를 만들기로 했다. 뒤사팽의 다른 에튀드와 마찬가지로 이 곡도 다채로운 아티큘레이션과 섬세한 페달링을 필요로 하지만, 특히 이 곡에서는 조금씩 변화하는 미묘한 화성의 색채를 정교하게 표현할 것이 요구된다.

Unsuk Chin: Etudes for Piano No. 1 ‹In C›, No. 6 ‹Grains›, No. 5 ‹Toccata›

에튀드는 진은숙의 유일한 피아노 독주곡으로, 각 작품들은 서로 다른 착상에 의해 만들어져 다채로운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 에튀드 1번 <In C>는 C음의 배음렬을 토대로 창작된 곡으로, C음에서 파생된 여러 음들이 화려한 선율로 엮여진다. ‘낟알’이라는 뜻의 에튀드 6번 <Grains>은 작고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생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허공에서 낟알이 떨어지듯 강렬한 타격감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한 음으로부터 몇몇 음들이 파생되어 솟아오르는 듯한 음형들로 이루어져 있다. 에튀드 5번 <Toccata>는 본래 토카타라는 양식이 그러하듯 짧은 음들로 이루어진 화려한 음형과 가벼운 음색으로 시작된다. 이후 저음부에 조금 더 느린 템포의 선율이 더해지며 두 개의 성부가 균형을 이뤘다가 다시 하나의 움직임으로 합쳐지기를 반복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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