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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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교차하는 요요 마와 실크로드 앙상블의 무대

‘동양’과 ‘서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동아시아에서 삶을 일궈오는 우리에게 동양은 우리의 땅이자 이웃 나라들과 함께 쌓아온 문화권을, 서양은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미대륙까지 확산된 문화권을 뜻한다. 동서양은 우리에게 분명히 구별되는 두 문화이자 때로는 상반된 문화로 다가온다. 하지만 동서양이 공존하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동양이 시작되는 곳과 서양이 끝나는 곳은 과연 어디인가? 동서양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수많은 문화들은 어디에 있는가? 동양인지 서양인지도 모호하고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세계의 어딘가가 있다면, 그건 아마 ‘실크로드’가 위치했던 곳일 것이다.

 

요요 마의 실크로드 앙상블

첼리스트 요요 마가 ‘실크로드 앙상블’을 설립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꼬박 20년 전인 1998년이었다. 출발점은 음악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악기, 연주방식을 교류하게 만들어주는 한 방편이 되리라는 믿음, 그리고 그런 활동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리라는 바람이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 첼리스트인 요요 마는 프랑스와 중국 문화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의 문화가 조밀하게 교차하는 도시인 뉴욕으로 이주한 후에는 그 자신의 정체성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했다. 이러한 유년기를 생각해보면 요요 마가 세계의 음악들을 한데 모아 흥미로운 교집합을 찾아내는 ‘실크로드 앙상블’을 만든 것은 그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행보였을지도 모른다.

‘실크로드 앙상블’에는 그 어떤 지리적 제약도 없었다. 실크로드가 본래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인도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교역로를 뜻했던 것과 달리 실크로드 앙상블은 그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채 요요 마의 첼로를 비롯하여 바이올린, 장구, 생황, 바우, 쇄납, 가이타, 타블라, 사쿠하치, 피파 등 서로 다른 기원과 역사를 지닌 악기와 그 음악들을 모두 포용했다. 가지각색의 악기가 한 무대에 올라 다 함께 클래식을, 중국 전통음악을, 탱고를, 브라질 음악을, 한국 음악을 연주하자 예기치 못한 화학반응이 일어났다. 음악들을 가르던 크고 작은 경계들이 흐려지고 그 음악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유연하게 확장된 것은 물론, 낯선 만남들로부터 서서히 제3의 음악적 가능성도 피어올랐다. ‘음악으로 전 세계의 연주자와 관객이 화합하고 소통하며 이웃이 되는 것’이라는 그들의 비전처럼, 문화와 관습을 훌쩍 뛰어넘는 소통이 이루어지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20주년을 맞이한 실크로드 앙상블의 이번 무대

그렇게 시작된 실크로드 앙상블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올해도 실크로드 앙상블은 이제까지 늘 그래왔듯 세계의 음악을 종횡무진 탐험하는 동시에 그간의 행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콘서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한국, 베트남, 중국의 전통음악은 물론 재즈 뮤지션 칙 코리아의 <스페인>,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즉흥연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사라반드>, 아르헨티나 작곡가 오스발도 골리호브의 작품까지, 비단 동서양의 융합뿐 아니라 문화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세계 곳곳의 음악을 한데 모으려는 듯한 이 다채로운 시도는 그들이 걸어온 궤적을 차근히 살펴보면서도 계속해서 낯선 음악과 조우하려는 의지의 산물처럼 보인다. 한편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사라반드>는 요요 마가 오랜 시간 함께해온 곡으로 그에게 특히 각별할뿐더러, 바흐의 음악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는 그의 믿음을 대변하는 곡이기도 하다.

20년 동안 끝없이 변화를 맞이하는 여정을 함께해온 앙상블은 잠시 숨을 고르며 그간의 행보를 뒤돌아보고, 또 다른 만남을 위해 무대로 나아간다. 그들의 유연한 무대는 이 땅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세계 곳곳을 상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효성과 함께 하는 요요 마&실크로드 앙상블, 10월 19일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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